"AI 실리콘 전쟁"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1부에서 GPU의 유연한 병렬 구조와 TPU의 경직되지만 효율적인 시스톨릭 어레이라는 하드웨어의 근본적 차이를 이해했습니다. 2부에서는 공고한 CUDA의 성벽과 이를 넘어서려는 XLA/JAX 컴파일러 혁명이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제 이론적인 논의를 넘어,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 프로젝트에는 어떤 칩을 써야 합니까?"
과거에는 "학습은 TPU, 추론은 GPU"라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이 공식마저 구시대의 유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계가 희미하며, 선택의 기준은 복잡해졌습니다.
이번 마지막 3부에서는 여러분의 팀이 편견 없는 시각으로 최적의 인프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업데이트된 실용 가이드와 결정 프레임워크를 제공합니다.
1. 한눈에 보는 비교 매트릭스 (Recap)
먼저, 두 경쟁자의 핵심적인 특징을 다시 한번 상기해 봅시다.
| 특징 | NVIDIA GPU (예: H100, A100) | Google TPU (예: v5p, v5e) |
| 핵심 아키텍처 | 범용 병렬 프로세서 (유연한 독립 코어) | 특수 목적 ASIC (고정된 행렬 연산 어레이) |
| 강점 | 압도적인 유연성, 가장 성숙한 생태계, 어디서나 사용 가능 | 최고의 전력 대비 성능(가성비), 대규모 클러스터 확장성 |
| 약점 |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 소비 및 비용, 복잡한 대규모 관리 | 유연성 부족(동적 형태 처리에 불리), GCP 종속 |
| 주요 소프트웨어 | CUDA, PyTorch, TensorFlow, TensorRT | JAX, XLA, TensorFlow, PyTorch/XLA |
| 접근성 | 높음 (온프레미스, 모든 클라우드 벤더) | 낮음 (사실상 Google Cloud Platform 전용) |
2. 워크로드가 승자를 결정한다 (업데이트된 관점)
"어떤 칩이 더 좋은가"는 틀린 질문입니다. "나의 워크로드에 어떤 칩이 더 적합한가"가 올바른 질문입니다. 주요 시나리오별로 현재의 판세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시나리오 A: 초대형 LLM 사전 학습 (Pre-training)
수천억 파라미터 모델을 바닥부터 학습시켜야 한다면, TPU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이유: TPU는 태생부터 '슈퍼컴퓨터'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수천 개의 칩을 초고속 인터커넥트(ICI)로 연결한 TPU Pod는 단일 시스템처럼 작동하며, 이 규모에서 GPU 클러스터 대비 뛰어난 안정성과 가성비를 제공합니다. Google의 Gemini, PaLM, Anthropic의 Claude 등이 TPU 기반으로 학습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시나리오 B: 대규모 추론 및 서빙 (Inference & Serving) - 격전지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영역입니다. 과거에는 GPU의 독무대였지만, 이제는 TPU가 강력한 대안, 때로는 더 나은 선택지로 부상했습니다.
과거의 인식 (GPU 우위): 추론은 입력 길이가 들쭉날쭉한 '동적(Dynamic)' 환경입니다. 경직된 구조의 TPU는 이런 환경에서 비효율적(재컴파일, 패딩 발생)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반면 GPU는 유연한 코어 덕분에 불규칙한 요청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의 현실 (TPU의 반격): Google은 이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하드웨어 진화: 최신 TPU v5e는 학습보다는 '추론을 위한 가성비'에 최적화되어 출시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 성숙: XLA 컴파일러의 동적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고, JAX 기반의 서빙 스택이 성숙했습니다. Google은 자사의 거대한 서비스 트래픽을 이미 TPU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결론:
TPU 유리: 엄청난 트래픽을 처리해야 해서 '토큰당 비용'이 가장 중요하고, 큰 배치(Batch) 사이즈로 높은 처리량(Throughput)을 유지할 수 있는 대규모 서비스.
GPU 유리: 사용자 한 명 한 명의 요청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 '초저지연(Ultra-low Latency)' 서비스이거나, 트래픽 패턴이 극도로 불규칙한 경우. 또는 vLLM과 같은 최신 오픈소스 서빙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고 싶은 경우.
시나리오 C: 최신 연구 및 실험 (R&D)
매일 쏟아지는 논문의 새로운 아키텍처를 빠르게 테스트하고 싶다면, GPU가 여전히 정답입니다.
이유: 전 세계 AI 연구 생태계의 기본 언어는 PyTorch와 CUDA입니다. 새로운 모델 코드는 대부분 GPU에서 즉시 실행 가능한 상태로 공개됩니다. 빠른 실험과 반복이 생명인 연구 단계에서 굳이 XLA 호환성을 신경 써야 하는 TPU를 선택할 이유는 적습니다.
3. 경제성: TCO(총소유비용)를 계산하라
단순한 칩의 스펙상 성능(TFLOPS)은 무의미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투자 대비 성능(Performance per Dollar)'이 핵심입니다.
TPU의 경제성: 대규모 학습이나 대량의 추론 상황에서 TPU는 종종 GPU보다 더 나은 가성비를 제공합니다. 특히 전력 효율성이 뛰어나 운영 비용(OpEx)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GPU의 숨은 비용과 가치: GPU는 하드웨어 자체는 비쌀 수 있지만, 광범위한 생태계 덕분에 개발 인력을 구하기 쉽고, 문제 해결이 빠르며, 다양한 도구를 즉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발 속도'와 '인적 자원'의 이점도 비용 계산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4. 당신을 위한 최종 결정 프레임워크 (Checklist)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상황에 맞춰 점검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안합니다.
다음 항목에 많이 해당한다면 [GPU]가 더 안전하고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 ] 우리 팀은 CUDA/PyTorch 생태계에 훨씬 익숙하며, 새로운 스택(JAX 등)을 배울 여력이 없다.
[ ] 트래픽이 불규칙하고, 배치 사이즈가 1에 가까운 '초저지연' 실시간 추론 서비스가 목표다.
[ ] 매주 나오는 최신 오픈소스 모델과 서빙 기술(예: 최신 vLLM 기능)을 즉시 서비스에 적용하고 싶다.
[ ] 특정 클라우드(GCP)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 클라우드 또는 온프레미스 전략을 가지고 있다.
[ ] 다양한 종류의 실험적인 모델 구조를 빠르게 테스트해야 하는 연구 조직이다.
다음 항목에 많이 해당한다면 [TPU]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 ] 수천억 파라미터 이상의 초대형 모델을 바닥부터 학습시켜야 하는 프로젝트다.
[ ] 막대한 트래픽의 대규모 추론 서비스를 운영해야 하며, '토큰당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다.
[ ] 팀 내에 JAX/XLA에 능숙한 엔지니어가 있거나, Google의 기술 스택을 깊이 있게 활용할 의지가 있다.
[ ] 워크로드가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어 대규모 배치 처리를 통해 처리량(Throughput)을 극대화할 수 있다.
[ ] 이미 Google Cloud Platform(GCP)을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다.
결론: 유연한 사고가 최고의 무기입니다.
AI 실리콘 전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NVIDIA는 B200, Blackwell과 같은 괴물 같은 GPU로 도망가고 있고, Google은 끊임없이 TPU를 개선하며 추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MD, Intel, 그리고 수많은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가세하며 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하드웨어에 대한 맹목적인 팬심이나 과거의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것입니다.
최고의 선택은 가장 비싼 칩이나 가장 유명한 칩이 아니라, 지금 당신의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해 주는 칩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